군, 대북확성기 모든 전선 ‘풀가동’…북한 오물풍선에 맞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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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대북확성기 모든 전선 ‘풀가동’…북한 오물풍선에 맞불

최고관리자 0 479 2024.07.21 0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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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경기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이동식 확성기로 추정되는 트럭이 위장막을 덮고 대기하고 있다./뉴스1 ⓒ News1 


군이 전방 모든 지역에서 대북 확성기 방송을 21일 오후 1시부터 전격 시행했다. 북한이 거듭된 경고에도 이날까지 대남 ‘오물풍선’ 테러를 반복하자 휴전선(MDL) 전 전선에서 확성기 방송을 전면 재개해 대응 수위를 한층 끌어올린 것. 지난달 군은 6년 만에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지만 일부 지역에서만 부분적으로 시행했다.

대북 확성기 방송은 북한이 가장 두려워하는 심리전 수단으로 꼽힌다. 그런 만큼 이번 방송 전면 재개를 명분으로 북한이 전방 지역 국지적 무력 도발 등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군은 이에 대비해 최전방 K9 자주포 등 포병 전력의 화력 대기 태세를 격상시켰다. 남북이 휴전선 일대를 중심으로 팽팽하게 대치하면서 긴장 수위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오후 “여러 차례 경고한 바와 같이 대북 확성기 방송을 모든 전선에서 전면 시행한다”고 밝혔다. 북한이 18일에 이어 사흘 만인 이날 오전 또 오물풍선을 살포하자 확성기 ‘풀가동’이란 채찍을 꺼내든 것. 군은 오후 1시부터 동·서부와 중부 최전방에 배치된 24개의 고정식 확성기를 모두 가동해 방송을 재개했다. 이른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하루 최대 10시간 이상 가동할 방침이다. 또 필요하면 차량을 활용한 이동식 확성기(16대)까지 투입할 계획이다.

이날 군에 따르면 오후 5시까지 오물풍선은 360여개가 포착됐다. 이 중 110여개가 경기 북부와 서울 일부에 낙하했다. 군은 북한이 오물풍선 살포 중지를 발표할 때까지 대북 확성기 전면 가동 태세를 유지할 것으로 알려졌다. 군 소식통은 “오물풍선 살포를 중지해도 과거처럼 확성기 방송을 전면 중단하기보다 부분 가동하며 북한의 추후 태도를 주시할 것”이라고 했다.

“북한에 가장 위협적인 심리전 무기(대북 확성기)를 일회성이 아닌, 일상적·지속적 대북 억제·압박 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의미다.”

군이 이날 대북 확성기 방송에 전면 돌입한 배경에 대해 군 소식통은 이렇게 밝혔다. 오물풍선 테러를 중지하라고 거듭 경고했음에도 북한이 중단은커녕 시간대까지 바꿔가며 오히려 변칙적인 살포에 나서자 우리 역시 차원이 다른 수위와 강도로 대북 심리전을 구사하겠다는 것. 북한에선 최근 집중호우에도 비무장지대(DMZ) 전역에 지뢰를 대량으로 매설하다가 폭발 사고로 다수 사상자가 발생했다. 확성기 방송 재개 결정에는 사기가 떨어질 대로 떨어진 북한군 심리를 동요시키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 모든 전선서 새벽부터 하루 10시간 이상 방송

군은 그간 북한의 오물풍선 살포에 대응해 고정식 확성기 일부만 가동해 왔다. 지난달 4~7차 오물풍선 살포 땐 아예 대북 경고만 했다. 지난달 오물풍선 중 2개가 대통령실 코앞인 서울 용산구 용산어린이정원과 전쟁기념관에 떨어졌을 때도 확성기를 틀지 않았다. 당시 남북이 단기간에 강한 자극을 주고받아 군사적 긴장 수위가 급격히 높아지는 상황만큼은 막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우리 정부 내부에 있었고, 북한이 오물풍선 내용물에서 거름을 빼는 등 수위 조절을 한 듯한 모습도 정부가 확성기 방송을 일단 자제한 배경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앞서 밤 시간에 풍선을 날리던 북한은 18일 8차 살포 땐 직장인들의 퇴근이 시작되는 오후 5시 반쯤 날리더니 이날은 오전에도 살포하는 등 전방위 풍선 테러 조짐을 보였다. 또 러시아와의 군사협력을 강화하는 등 긴장감을 높인 북한이 다른 도발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에 군은 이날 오후 1시를 기해 동·서부와 중부 전선에 배치된 고정식 확성기 24대를 일제히 전격 가동하며 북한에 엄중한 경고장을 날렸다. 지난달 6일 6년 만에 대북 확성기 방송을 부분적으로 재개한 지 한 달여 만이다. 군은 앞서 18일에는 확성기를 일부 다시 켠 바 있다.

대북 확성기 방송은 대북 심리전 방송인 ‘자유의 소리’를 재송출하는 방식이다. 이날 방송에서 군은 최전방 지역에서 북한군이 강제 노역에 동원됐다가 지뢰 폭발로 다수 사상자들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또 “지옥 같은 노예 삶에서 탈출하라”는 등 북한 내 인권 유린을 규탄하는 내용도 담았다. 최근 이어진 북한 외교관 탈북 소식 등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밖에 북한 주민에게 외국문화 배격을 지시하면서 자신은 일본 만화 슬램덩크를 즐기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내로남불을 비판하는 내용 등도 방송됐다. 국내외 뉴스, 일기예보 등은 물론 ML세대가 다수인 북한군이 들을 법한 케이팝도 방송 내용에 포함됐다.

수십 대의 고출력 스피커를 쌓은 형태의 고정식 확성기의 가청 거리는 20~30km에 달한다. 군 당국자는 “휴전선 일대 북한군은 물론이고, 황해남도과 강원도 일대의 북한 주민들도 똑똑히 들을 수 있다”고 했다.

● 軍 “이동식 확성기 16대도 언제든 투입”


대북 확성기 방송은 북한이 가장 두려워하는 심리전 수단이다. 김정은 체제의 이중성과 실정(失政)으로 고통받는 북한 주민의 마음을 파고 들어 북한 체제를 내부로부터 이완, 균열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휴전선을 넘어온 북한군 귀순자 중 다수가 대북 확성기 방송이 귀순 결심에 영향을 줬다고 밝히기도 했다. 정부 관계자는 “어릴 적부터 한국 영화와 드라마를 몰래 시청해 온 지금의 북한군 병사 등 북한의 젊은 세대에게 대북 확성기 방송의 심리적 효과는 배가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이번에 확성기 카드를 사실상 소진하면서 북한이 오물풍선을 또 살포할 경우 마땅한 추가 대응 수단이 사라진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군 소식통은 “차량을 이용한 고정식 확성기(16대)도 언제든 예고없이 투입할 방침”이라며 “대북 확성기 방송의 전면 시행 효과는 시간이 갈수록 강력하고, 뚜렷해질 것”이라고 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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