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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전세사기 특별법 지지부진…쟁점은?

최고관리자 0 667 2023.05.15 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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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연합뉴스]


여야 원내대표, 25일 본회의 처리 합의

이견 좁혔으나 여전히 평행선

민주당, 단독 처리까지 시사


벌써 네 번째 죽음이다. 지난 8일 서울 양천구에서는 이른바 ‘빌라왕’으로부터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30대 여성이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했다. 이 젊은 여성은 빌라왕과 보증금 3억원의 전세 계약을 맺었다. 이 가운데 2억여원은 대출금이었다. 전세사기 피해자가 되면서 극도의 스트레스와 피로가 누적된 죽음으로 추정된다. 지난 2월부터 지난달까지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 3명이 연달아 극단적인 선택을 한 가운데 전세사기 피해 사망자는 올해만 4명이 됐다.


전세사기 피해로 인해 목숨을 끊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지만 국회 ‘전세사기 특별법’ 논의는 여전히 답보 상태다. 전세사기 피해자 범위와 보증금 반환채권 매입 등을 놓고 여야가 첨예한 입장차를 보이면서다. 여야는 25일 본회의를 열어 전세사기 특별법을 처리하는데 합의했지만, 양측간 입장차를 좁힐지는 미지수다.



피해자의 죽음으로 만든법


올해 국회는 3건의 전세사기 방지법을 만들었다. 지난 3월30일 임대차 계약을 할 때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의무적으로 임대차 정보와 납세증명서를 제시하는 내용의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 법의 실효성을 위해 주택임대차표준계약서도 바뀌도록 했다. 임대인이 사전에 고지하지 않은 관련 사실이 확인되면 임차인이 위약금 없이 계약을 해제할 수 있도록 하는 특약사항도 포함하도록 했다. 


같은 날, 공인중개사법 개정안도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일부 공인중개사 등이 조직적 전세사기에 가담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이들의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이다. 공인중개사가 금고 이상의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으면 유예 기간이 만료돼도 향후 2년은 활동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지난해 연말 불거진 전세사기 사건 중 인천 '건축왕'으로부터 피해를 입은 30대 남성 숨진 채 발견되면서 입법 속도가 붙은 것이다. 하지만 지난달에도 2명의 전세사기 피해자가 잇따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에 같은달 21일에는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등 여야 3당 정책위의장이 회동을 갖고 전세사기 대응을 논의했고, 전세사기 피해자의 보증금을 지방세보다 우선 변제하고, 관련자 처벌 수위를 높이는 내용의 전세사기 대책 법안이 지난달 27일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지방세기본법 개정안’에는 세입자가 살던 집이 경매나 공매 등으로 넘어갔을 경우 해당 주택에 부과된 지방세보다 세입자 전세금을 우선 변제하는 내용이 담겼다. 확정일자를 갖춘 임차인의 보증금을 지방세보다 먼저 변제해 전세사기 피해를 구제하겠다는 취지다. 기존에는 부동산에 부과된 세금을 우선 변제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임차인은 세금을 제하고 남은 돈에서 전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었다.


이와 함께 ‘감정평가 및 감정평가사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도 통과됐다. 개정안은 감정평가사가 전세 사기 등 부동산 관련 범죄행위로 인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았을 때 그 자격을 취소하고, 법령 위반 행위에 대해 적정한 처분을 가능하게 한다. 이러한 사유로 자격이 취소된 후 5년 동안은 감정평가법인이 사무직원으로 고용할 수 없게 했다.



‘전세사기 특별법’ 핵심 쟁점은


하지만 이들 법안은 전세사기를 예방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어 이미 발생한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구제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았다. 전세사기 피해자가 첫 극단적 선택을 한 이후 피해자들이 잇따라 숨진 것도 이 때문이라는 것. 


이에 정부·여당은 물론 야당까지 앞다퉈 현재 전세사기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한 특별법을 추진 중이다. 정부여당은 지난달 27일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김정재 의원 대표발의)을, 민주당에선 ‘주택 임차인의 보증금 회수 및 주거안정 지원을 위한 특별법안’(조오섭 의원 대표발의)을 마련했다. 정의당도 ‘임대보증금미반환주택 임차인 보호를 위한 특별법안’(심상정 의원 대표발의)을 내놓은 상황이다. 그러나 의견 차이가 커 처리가 늦어지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토법안심사소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은 지난 1일, 3일, 10일 세 차례에 걸쳐 세 법안을 병합심사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야당은 피해자 범위 확대, 변제금 확대, 보증금 반환채권 매입 등 특례 적용 등을 통한 피해 구제 범위 확대 등을 요구했다. 반면 정부·여당은 피해자 우선매수권 부여,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장기 임대 등의 수정안을 주장했다.


당초 피해자 범위를 놓고 정부·여당은 ▲대항력을 갖추고 확정일자를 받은 임차인, ▲임차주택에 대한 경·공매 진행(집행권원 포함), ▲면적 ▲보증금 등을 고려한 서민 임차주택, ▲수사 개시 등 전세사기 의도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할 우려, ▲보증금의 상당액이 미반환될 우려 등 여섯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임차인으로 규정했다.


이후 지난 1일 소위에서는 이를 수정하면서 대상 주택 면적 요건을 삭제했다. 보증금 수준은 3억원을 기준으로 하되, 국토교통부 내 전세사기 피해 지원위원회에서 최대 150% 범위 내 보증금 규모를 조정할 수 있게 했다. 보증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변제 받지 못한 모든 경우, 경·공매가 개시되지 않았더라도 임대인이 파산이나 회생 절차를 개시하는 경우도 피해자 요건에 포함했다. 여기에 지난 10일 소위에서는 ‘무자본 갭 투기’ 피해자들도 특별법 적용 대상에 포함하는 내용의 수정안을 제출했다. ‘임차보증금을 반환할 능력 없이 다수의 주택을 취득해 임차하는 경우’를 추가한 것이다.


다만 민주당은 피해자 범위를 더 넓혀야 한다고 보는 입장이다. 민주당 전세사기 태스크포스(TF) 단장인 맹성규 의원은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 “피해자를 넓히긴 했지만 더 넓혀야 한다”며 “분양 전에 사기당한 건이나 신탁회사에 넘어간 걸 몰랐던 상황 등은 어떻게 할지 잘 판단해야 한다. 해결해야 할 게 아직 많이 있다”고 설명했다.


보증금 반환 대책도 풀어야 할 숙제 중 하나다. 지난 11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본인 페이스북을 통해 “정부는 ‘사기 피해자를 구제할 수 없다’ ‘돈 빌려줄 테니 그 집을 사라’는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며 “야당이 제시한 보증금 반환 대책부터 즉각 수용하라”고 목소리 높였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등이 먼저 보증금 반환 채권을 사들인 뒤 추후 구상권 청구를 통해 비용을 보전하는 ‘선(先) 지원·후(後) 구상권 행사’를 가리키는 것이다. 정부·여당은 다른 범죄 피해자들과의 형평성을 문제 삼아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신 피해자에게 우선매수권을 부여한 다음 LH가 우선매수권을 매입한 뒤 장기 임대하는 안 등을 제안했다.



25일, 못 박은 처리 기한…합의냐 단독처리냐


여야는 전세사기 피해자가 늘어나면서 이달 25일 본회의에서 전세사기 특별법 처리를 합의했다. 피해자 지원 범위와 보증금 반환 대책 등에서 이견이 좁혀지면 오는 16일 국토위 소위 논의를 마친 뒤, 국토위 전체회의, 법사위 등을 거쳐 본회의에서 의결될 확률이 높다. 한 국회 국토위 관계자는 “소위 진행 상황과 여야 원내대표의 25일 본회의 처리 합의를 봤을 때 오는 16일 소위에서 서로 조율할 것들을 한 뒤 전체회의에서 넘길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다만 민주당이 지난 소위에서 요구한 최우선 변제 소급과 대상자 확대 방안 등에 대한 검토 시간 등이 필요해 소위 절차가 늦어질 가능성도 여전히 존재한다. 이 경우 원내지도부에서 합의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11일 기자들과 가진 브라운백미팅에서 "민주당이 여러 새로운 제안을 해오기 때문에 그 제안을 정부에서 검토하고 해야 하니 늦어지고 있다"며 "가급적 노력하기로 했고 상임위 차원에서 여의치 않으면 원내지도부에서 나서서 합의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전세사기 특별법 처리에 대한 의지는 여야 모두 보여주고 있지만, 합의에 실패할 경우 민주당은 단독 처리를 시사했다. 김민석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11일 국회 소통관에서 전세사기 특별법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야당이 일관되게 피해보증금 보전 대책을 내놓은 만큼 정부 대책이 없으면 이를 수용하면 되지만 계속 합의를 지연시키고 있다”며 “16일까지 정부·여당이 전향적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정의당과 협의해 절박한 피해자의 요구에 답하기 위한 수단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이 대표 또한 “벼랑 끝에 내몰린 국민의 삶에 더는 기다릴 여유가 없다. 정부·여당이 다음 국토위 소위가 열리는 16일까지 전향적인 입장을 내놓길 바란다”며 “ 그렇지 않으면 민주당은 국민이 부여한 권한을 적극적으로 행사하여 피해자들의 절규에 응답할 것”이라고 했다.



금보령 기자 ⓒ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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