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처럼 찍힐라"…미국 대학들, 백악관과 물밑 접촉
지난달 29일 치러진 하버드대 졸업식장에 흰 꽃이 놓여 있다. 케임브리지=EPA연합뉴스
CNN "백악관, 대학들과 협약 체결 원해"
현재까지 협약 체결한 대학은 없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반(反)유대주의 등을 이유로 하버드대에 대한 집중 공세를 퍼붓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다른 대학들이 다음 '타깃'이 되지 않기 위해 백악관과 물밑 접촉을 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일부 대학 총장과 고위 관계자들이 최근 몇 주 동안 메이 메일먼 백악관 정책 전략관과 접촉하며 트럼프 행정부의 반유대주의 정책 기조에 맞춰 어떤 메시지를 내야 하는지 조율 중이다.
메일먼은 트럼프의 최측근으로 백악관 실세 중 한 명인 스티븐 밀러 정책 담당 부비서실장과 가까운 인사다. 밀러 부비서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한 이민정책은 물론 미국의 대학들이 반유대주의를 제대로 단속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대학을 압박하는 전략을 주도한 인물이다.
해당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은 CNN에 "백악관은 유명 대학들과 협상을 시도하고 있다"며 "그들은 로펌들이 반유대주의나 시위, DEI(다양성·평등성·포용성) 정책을 변호하지 않겠다고 협약을 맺은 것처럼 유명 대학들이 그런 협약을 맺기를 원한다"고 전했다. 이러한 논의 과정을 주도하는 주체는 법무부에 꾸려진 반유대주의 태스크포스(TF)로 알려졌다. 해당 TF는 폭스뉴스 진행자 출신인 레오 테렐 법무부 선임 고문이 이끌고 있으며, 밀러 부비서실장과 메일먼이 의사 결정에 관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지금까지 어떤 대학도 백악관과의 협약을 체결하지는 않았다고 CNN은 보도했다. 한 명문대 관계자는 CNN에 "우리는 그들(정부의) '시범 학교(model school)'가 되길 원치 않는다"며 "학교의 핵심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싸울 준비는 돼 있으나 먼저 도발할 의사는 없다"고 밝혔다. 백악관의 한 당국자는 CNN에 "실질적 조처를 하지 않고 말로만 약속하는 대학과는 협력하지 않을 것"이라며 "많은 학교가 협상을 원하고 있으며, 대통령은 그들과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또 CNN은 일부 대학들이 트럼프 행정부의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정치 컨설턴트와 전문가를 고용했고, 하버드대는 공격적인 법적 전략을 수립하는 한편 동문 네트워크를 조직 중이라고 전했다. 하버드대는 미국 대학 가운데 최초로 캠퍼스 내 반(反)유대주의 근절 등을 명분으로 한 트럼프 행정부의 교내 정책 변경 요구를 거부한 후 연방 정부 지원금 삭감 등 정부와 극심한 갈등을 겪고 있다.
김현정 기자 ⓒ 아시아경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