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어 나흘만에 푸틴…미러정상 연쇄방중속 커진 中존재감
미중 정상회담 직후 푸틴 러시아 대통령 19∼20일 방중
중국, 대미 관계관리 속 중러 전략공조 재확인 나설 듯
"미러 사이서 균형 유지 시도"…'시진핑의 시험무대' 전망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떠난 중국 베이징에 이번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곧바로 방문한다.
중국이 불과 일주일 사이 미국과 러시아 정상을 잇달아 맞이하는 전례 없는 외교 무대를 연출하면서 시진핑 국가주석의 외교력이 국제사회의 주목받고 있다.
17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 외교부는 푸틴 대통령이 시 주석 초청으로 19∼20일 중국을 국빈 방문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2박 3일간의 방중 일정을 마치고 지난 15일 귀국한 지 나흘 만이다.
앞서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최근 푸틴 대통령의 방중 가능성을 전하면서 중국이 미러 정상을 같은 달 맞이하는 첫 사례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푸틴 대통령은 방중 기간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하고 양국 현안, 양국의 포괄적 동반자 관계 및 전략적 상호 협력을 더 강화하는 방안, 주요 국제·지역 정세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양국 정상은 회담 뒤 공동성명과 정부 부처 간 협력 문서도 채택할 계획이다.
푸틴 대통령 방중은 최근 열린 미중 정상회담과 맞물리며 주목받고 있다.
미중 전략 경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중국으로서는 미국과의 관계 관리 필요성과 러시아와의 전략 공조 유지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3∼15일 중국을 방문해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하고 무역 문제와 대만 문제, 이란 정세 등을 논의했다.
양국은 회담 뒤 협력 확대 의지를 강조했지만, 대만과 이란 문제 등을 둘러싼 입장차는 여전히 남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외교가에서는 푸틴 대통령 방중의 핵심 의제 가운데 하나로 최근 열린 미중 정상회담 결과 공유를 꼽는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최근 브리핑에서 "푸틴 대통령이 방중 기간 중미간 상호작용에 대해 중국 측과 의견을 교환할 것"이라며 "중국에 도착하면 직접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러시아가 최근 미중 관계 흐름을 민감하게 지켜보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상하이 국제관계학자 선딩리는 싱가포르 연합조보에 "중미 정상회담 결과를 파악하기 위해 푸틴 대통령이 직접 나설 필요는 없다"면서도 "직접 중국을 찾는 것은 중미 관계 변화 가능성에 대한 러시아의 관심과 우려가 그만큼 크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러시아로서는 중국이 미국과 관계 개선에 속도를 낼 가능성을 경계할 수밖에 없다는 해석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러시아의 대중 의존도가 높아진 상황에서 중국이 미국과 전략적 긴장을 완화할 경우 러시아의 외교적 입지가 좁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도 미국과 러시아 어느 한쪽과의 관계도 쉽게 포기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중국이 미국과는 관계 안정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러시아에는 양국 관계의 전략적 신뢰가 흔들리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동시에 보내려 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중국에서는 최근 이어지는 정상외교를 중국의 국제적 영향력 확대 흐름으로 해석하고 있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이날 "국제사회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중국이 안정성과 확실성의 원천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전문가 분석을 소개했다.
중국사회과학원 산하 러시아·동유럽·중앙아시아연구소 장훙 연구원은 이 매체에 "점점 더 많은 국가가 중국과의 교류를 기회·안정·성장의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중국은 올해 들어 미국과 러시아뿐 아니라 유럽과 글로벌사우스(Global South·주로 남반구에 위치한 신흥국과 개도국을 통칭) 국가 지도자들과의 정상외교도 잇달아 이어가고 있다.
미중 전략 경쟁 심화 속에서 중국이 글로벌사우스와 비서방 진영을 중심으로 외교적 영향력 확대를 시도하려는 움직임으로 읽힌다.
중국 중앙TV(CCTV)는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이 이날 헤이룽장성 하얼빈에서 개막한 제10회 중러 박람회에 각각 축전을 보내 협력 관계 강화를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시 주석은 "중러 각 분야 협력이 지속적으로 심화하며 풍성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평가했고, 푸틴 대통령은 "양국의 상호 호혜 협력의 새로운 전망을 마련하고 양국 국민에게 혜택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상무부와 헤이룽장성 정부, 러시아 경제발전부와 산업무역부가 공동 주최하는 이번 박람회는 '신뢰·협력·상생'을 주제로 열린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유럽 고위 당국자들을 인용해 "푸틴 대통령은 시진핑·트럼프 회담 분위기를 직접 평가하고 중러 관계를 재확인하려 할 것"이라며 "중국이 미국과 러시아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려 한다는 점이 드러난다"고 분석했다.
다만 중국이 국제 정세 전반에서 압도적 영향력을 확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중국은 최근 중동 정세에서 기대만큼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부동산 침체와 내수 부진 등 경제 문제도 여전히 부담으로 남아 있다.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 분야에서도 미국과의 경쟁에서 아직 뚜렷한 우위를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이번 연쇄 정상외교가 중국의 외교적 위상 확대를 보여주는 동시에 미국 중심 국제질서 속에서 중국이 어느 수준까지 독자적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