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상에서도 못 놓은 연기 열정…故이순재 "하고 싶은 건 작품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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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상에서도 못 놓은 연기 열정…故이순재 "하고 싶은 건 작품뿐"

산호세조아 0 413 2025.11.29 04:55

MBC 추모 다큐 '신세 많이 졌습니다'…5월 병상 모습 최초 공개

"연기는 내가 사는 생명력"…이순재 연기 철학·촬영장 모습 등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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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다큐 '배우 이순재, 신세 많이 졌습니다' 일부 


"하고 싶은 건 작품밖에 없지"

2025년 5월, 병상에 누워있던 국민배우 고(故) 이순재의 마지막 소원은 그가 평생을 좇았던 '연기'였다.

28일 방송된 MBC 특별기획 추모 다큐 '배우 이순재, 신세 많이 졌습니다'는 지난해부터 투병 생활을 해온 이순재의 마지막 모습을 최초 공개했다.

병원복을 입고 침대에 기댄 이순재는 '몸 건강해지면 하고 싶은 건 없냐'는 소속사 이승희 대표의 말에 "하고 싶은 건 작품밖에 없지"라고 답했다.

이에 이 대표가 "작품은 몸 회복하시고 천천히 준비하시면 될 것 같다. 마음 편하게 잡수고 계시라"고 말하자 이순재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또 그는 올해 5월 대통령 선거 때는 '투표에 참여하고 싶다'는 의지를 내비치는 등 병상에서도 또렷한 총기를 잃지 않았다.

지난해 연기대상을 받은 KBS드라마 '개소리' 촬영 당시 이순재가 이미 실명 직전의 상태였다는 사실도 이번 방송에서 처음 밝혀졌다.

이순재는 병상에 누운 상태로 자기 몸 상태를 직접 설명하기도 했다.

"지난해 10월에 촬영하고 올라오니까 (눈이) 안 보여. 병원 갔더니 (왼쪽) 눈이 안 보인다 이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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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KBS 연기대상'에서 대상 수상한 배우 이순재

그를 옆에서 보필한 이 대표는 "왼쪽 눈이 안 보이고, 오른쪽 눈도 100% 다 보이는 건 아니셨는데도 전과 똑같이 연기 훈련을 하시고, 더 해야 한다고 하셨다"며 "저나 매니저에게 큰 소리로 (대본을) 읽어달라며, 읽어주는 걸 외우겠다고 하셨던 말씀이 제일 가슴 아팠다"고 말했다.

1956년 연극 '지평선 너머'로 데뷔한 이순재가 연기 생활 70여년간 찍은 드라마는 총 175편, 영화는 150편, 연극도 100여편에 달한다.

이날 방송에는 그가 대표작인 MBC '사랑이 뭐길래'(1991년)와 사극 '허준'(1999년), '거침없이 하이킥'(2006년), '이산'(2007년), '베토벤바이러스'(2008년) 등에서 열연을 펼치는 모습이 담기기도 했다. 이순재의 촬영장 모습이 담긴 비하인드 영상도 여럿 공개됐다.

'허준' 촬영 당시 극 중 스스로 제자의 해부 실험 대상이 된 스승 유의태를 연기하기 위해 16시간 동안 시체처럼 꼼짝 없이 누워있거나, '거침없이 하이킥' 당시 일주일 중 5일 동안 밤샘 촬영을 하다가 대기실에서 코피를 쏟는 장면이 나왔다.

개런티 없이 출연한 영화 '덕구'(2018년)에서 아역배우를 안고 뛰다가 문턱에 걸려 정강이가 부어오르는데도 "병원 안 가도 된다"며 스태프를 안심시키는 모습도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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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 열정 불태운 '영원한 현역' 이순재 별세

과거 인터뷰에서 '아직도 연기가 그렇게 좋냐'는 질문에 "좋지. 이게 내가 사는 생명력이니까"라며 "아직도 개발해야겠다, 뭘 해야겠다 하는 욕심이 남아있다"고 말하는 이순재의 눈에는 연기에 대한 열정이 가득 담겨 있었다.

"예술에는 완성이 없습니다. 예술가에게 정년이 없다는 건, 끝이 없다는 거야." (과거 이순재 인터뷰 중)

특히 이순재가 생전 가장 사랑했던 곳은 바로 연극 무대였다. 스스로를 미완의 예술가라고 여긴 그가 단련의 장으로 선택한 곳이었다.

이순재가 과거 한 인터뷰에서 "연극은 한 작품을 갖고 한두 달 동안 연습을 하는데, 그러면 훈련을 통해 독창적 연기를 창조해낼 수 있다"며 연극의 매력을 설명하는 모습도 방송에 담았다. 

이순재가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2024) 당시 관객과의 약속을 지키고 싶다며 무대를 마치자마자 응급실로 간 일화나, 3시간 중 2시간을 홀로 말해야 하는 연극 '리어왕'(2021)을 연습하면서도 "87세에 꿈을 이뤘다"며 신나게 연습한 일화는 카이, 소유진 등 후배들의 입을 통해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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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다큐 '배우 이순재, 신세 많이 졌습니다' 속 배우 백일섭

이날 방송에는 배우 송옥숙, 전광렬, 소유진, 오만석, 이승기, 카이, 이서진, 하지원, 정보석, 최수종, 정일우, 개그맨 정준하, '거침없이 하이킥'의 김병욱 PD 등 수많은 후배의 진심 어린 인터뷰도 담겼다.

정준하는 "보통 (현장에서) 어르신들께 먼저 좀 찍으라고 배려해주는 경우도 많은데, 선생님은 전혀 그걸 원하지 않으셨다"며 "마지막 장면이어도 상관없다며, 대우받는 걸 원치 않으셨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순재는 "먼저 찍고 가라고 하면 고맙긴 하지만, 나 때문에 괜히 후배들이 밤을 새워야 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며 "나이는 내가 먹은 거지 애들과는 상관이 없다. 똑같은 분위기에서 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또 정일우는 "아직도 연기를 잘 모르겠고. 지금이라도 선생님께 여쭤보고 싶고 한데 이젠 선생님이 안 계신다"며 "항상 감사함을 갖고 살아라, 하얀 도화지 같은 배우가 돼라, 우쭐대지 말라던 말씀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며 오열했다.

아울러 tvN 여행 예능 '꽃보다 할배'에서 함께 여행을 떠났던 후배 백일섭이 "그쪽에서 또 연기할 수 있는 일이 있으면 일이 많아도 반으로 줄이고, 몸도 생각하시라"며 덤덤하게 인사를 건네는 모습도 잔잔한 울림을 줬다.

이미지 확대MBC 다큐
MBC 다큐 '배우 이순재, 신세 많이 졌습니다' 일부


드라마 '이산'에서 이순재와 부자 관계로 만난 이후, 예능 '꽃보다 할배'를 통해 함께 여행을 다니며 고인과 추억을 쌓았던 이서진의 마지막 내레이션은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선생님 그동안 신세 많이 졌습니다. 고맙습니다. 이번 여행은 함께 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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